주식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우리를 주눅 들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용어’입니다. 저도 처음에 그냥 보기만 해도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PER, EPS, 시총, ROE… 마치 암호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 용어들은 기업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진단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주식 용어 3가지를 일상 속 비유로 알기 쉽게 풀어보려합니다. 어렵고 무서운 주식이 조금은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목차
- PER은 짜장면 가격표다 – ‘이 기업 비싼 거야?’ 판단하는 법
- EPS는 점심값이다 – ‘이 회사가 버는 돈’이 곧 나의 몫
- 시가총액은 운동장의 크기다 – ‘이 기업, 얼마나 큰 회사야?’
PER은 짜장면 가격표다. ‘이 기업 비싼 거야?’ 판단하는 법
PER(주가수익비율)은 "이 기업 주가가 비싼지 싼지를 알려주는 숫자"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 이 회사 주식을 사면 현재 이익 기준으로 몇 년 뒤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를 뜻하죠. 예를 들어 PER이 10이면, 지금 벌고 있는 이익을 기준으로 10년 뒤에 투자금 회수 가능한 구조입니다.
이걸 좀 더 현실적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당신이 자주 가는 짜장면 집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어느 날, 옆 동네에 새로 생긴 짜장면 집이 하나 생겼고, 둘 다 비슷하게 맛있어요. 그런데 A집은 짜장면이 5,000원이고 B집은 9,000원입니다. 그럼 대부분은 A집으로 갑니다. 왜? 맛과 품질이 같다면 더 저렴한 쪽이 합리적 선택이니까요. PER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 A와 B가 각각 1,000억 원을 벌고 있다고 가정할 때, A의 주가가 1조 원이면 PER은 10이고, B의 주가가 2조 원이면 PER은 20입니다. 같은 이익이라면 당연히 A가 더 싸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PER 숫자만 보고 ‘싸다’고 단정 짓는 게 아니라, 그 기업의 성장성, 업종 특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기술주나 미래 성장 기대가 큰 기업은 PER이 높더라도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EPS는 점심값이다. ‘이 회사가 버는 돈’이 곧 나의 몫
EPS(주당순이익)는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주식 한 주당 얼마씩 배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즉, 내가 이 기업의 주주라면 한 주당 내 몫은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거죠. 이걸 쉽게 설명하자면, 회사가 단체 회식을 하고 계산서를 직원들에게 ‘N분의 1’로 나눠주는 방식과 비슷해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올해 1,000억 원을 벌었고, 발행된 주식 수가 1억 주라면 EPS는 1,000원이 됩니다. 즉, 이 회사에 투자한 1주당 1,000원의 이익이 있다는 의미죠. EPS가 높다는 건 회사가 돈을 잘 벌고 있고, 나의 몫도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특히 EPS는 배당과도 연결돼 있어요. 많은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줍니다. 따라서 EPS가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은 배당 여력도 충분하고, 장기투자자에게 매력적이죠.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 EPS는 숫자 하나만 보면 안 됩니다. 그 수치가 일시적인 것인지, 지속 가능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일회성 수익으로 EPS가 튀어 오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EPS는 “지속가능성”을 함께 봐야 진짜 의미가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운동장의 크기다. ‘이 기업, 얼마나 큰 회사야?’
시가총액, 흔히 ‘시총’이라고 부르는 이 용어는 주식시장 뉴스에서 가장 자주 등장합니다. "삼성전자 시총 500조 원 돌파!" 같은 문구, 많이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이 시총이 뭘 뜻하냐? 간단히 말하면 그 기업의 ‘몸집 크기’입니다. ‘주식 가격 × 발행 주식 수’로 계산되죠.
이걸 운동장에 비유해볼게요. 어떤 기업은 조그마한 풋살장 같은 회사고, 어떤 기업은 축구 경기장만큼 커요. 같은 1골(=이익)을 넣어도, 경기장 크기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집니다. 시총이 크면 국내외 투자자들의 주목을 많이 받고, 지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변동성은 비교적 낮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는 ‘시장 주도주’라고도 부르죠.
반대로 시총이 작은 회사는 작은 움직임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이지만, 급등락 가능성도 높습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하기도 하죠. 시총은 기업의 크기뿐만 아니라, 시장에서의 영향력과 안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주식 투자 초보자는 너무 소형주에만 몰입하기보다, 중대형 종목 위주로 안정적인 투자 경험을 쌓는 것이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시총을 안다는 건 단순히 '돈의 크기'를 아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중심과 흐름을 읽는 눈을 기르는 일입니다.
PER은 주가가 ‘비싼지 싼지’, EPS는 ‘내 몫이 얼마나 되는지’, 시가총액은 ‘이 회사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입니다. 처음에는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일상 속 언어로 바꿔보면 훨씬 친숙해지죠. 중요한 건 용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내 돈’과 연결해 이해하는 것입니다. 다음번 기업 분석할 때, 이 세 가지 숫자만 먼저 체크해보세요. 숫자가 말하는 투자의 언어가, 당신의 시야를 조금씩 넓혀줄 거예요.